|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5 | 6 | |
| 7 | 8 | 9 | 10 | 11 | 12 | 13 |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 28 | 29 | 30 | 31 |
- 구조체
- blank import
- AI
- AWS
- goland
- 보안
- Intellij
- RDS
- esbuild
- Thymeleaf Expression Object
- MSA
- Infra
- logging
- golang
- Custom Dialect
- 오블완
- Kubernetes
- typescript
- 캡슐화
- 티스토리챌린지
- 통합 로깅 시스템
- database/sql
- 감상문
- GoF
- elasticsearch
- GIT
- go-sql-driver
- go
- 디자인패턴
- javascript
- Today
- Total
Fall in IT.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본문
삶이라는 시스템의 장애와 회복탄력성에 관하여
『노르웨이의 숲』을 덮고 난 뒤, 한동안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 소설은 삶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해답이 부재한 상태로 삶을 지속해야만 하는 인간의 면면을 집요하게 비출 뿐이다. 처음에는 그 불투명함이 못내 불편했으나,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겹쳐보니 이 소설이 관통하는 핵심은 의외로 명확하게 다가왔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이 아니라, '무너진 뒤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회복력'이다.
결함은 상수가 아닌 전제이다
10년 차 개발자로 일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으며, 장애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상치 못한 입력이 쏟아지고, 신뢰했던 외부 API가 응답하지 않으며, 견고하다고 믿었던 아키텍처조차 실제 트래픽 앞에서는 무력하게 흔들린다.
그래서 숙련된 개발자는 '장애가 없는 시스템'을 꿈꾸는 대신, **'장애를 전제로 복구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한다.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 롤백(Rollback),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과 같은 개념들은 모두 하나의 전제를 공유한다. 바로 "문제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얼마나 빨리 정상 상태로 회복될 수 있는가에 있다.
『노르웨이의 숲』 속 인물들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비극은 삶이 흔들리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 끝내 되돌아오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인물들의 궤적
소설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궤적을 그리며 무너진다. 기즈키는 스스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복구를 포기했고, 나오코는 필사적으로 제자리로 돌아가려 했으나 끝내 그 경로를 찾지 못했다. 미도리와 와타나베는 여전히 그 경계에서 방황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레이코였다. 그녀는 한 차례 거대한 붕괴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언어화하며 다시금 삶을 일궈나간다. 레이코가 작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이유는 그녀가 '고장 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고장 난 이유를 명확히 인지하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줄 알고, 타인을 돌보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와타나베와 레이코의 하룻밤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건 레이코의 또 다른 붕괴라기보다 인간 존재의 한계를 상징하는 장면이 아니였을까 생각했다. 아무리 잘 설계된 시스템이라도 물리적·논리적 한계는 존재한다. 인간은 결코 예외 없는 정상 상태로 영원히 가동될 수 없으며, 주어진 역할만으로는 온전히 지탱될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되돌아올 기준점을 잡는다는 것
결국 중요한 것은 되돌아올 기준점을 품고 살아가는 일이다.
자신만의 신념과 기준이 있는 사람은 예기치 못한 유혹이나 시련에 흔들려 잠시 이탈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고, "이 상태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감각을 느끼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결코 '정상 상태'의 연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장애가 발생한 이후에도 다시 서비스가 살아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 내가 이 소설을 깊이 애정하게 된 이유는 그 안에 대단한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다. 현실의 비정한 단면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결코 삶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끈질긴 회복의 태도는 개발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태도이기도 하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FA와 TOTP 기반 OTP 인증 시스템의 이해 (0) | 2025.12.19 |
|---|---|
| 연차는 쌓이는데, 왜 실력은 제자리일까? (0) | 2025.09.06 |
| Context7: 최신 문서 기반 AI 코딩하는 방법 (0) | 2025.05.15 |
| VPN 연결 후 인터넷이 안 되는 문제 해결하기 (macOS + Tunnelblick + OpenVPN (0) | 2025.05.08 |
| 삶은 견딜 만한 것일까 -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고 (2) | 2025.05.06 |
